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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조각글, 연성

[에스이안] Take a rest

*최근 일이 많아지며 기절잠을 자는 일이 많아서... 문득 이런 일도 있지 않을까 해서 생각났네요.

*행복한 김밥 그 소재도 떠올라서, 먼가 에스냥이 빛전을 챙겨주는 거도 보고 싶었습니다.

 

*잔잔한 밤, 소소한 사랑을 나누는 것에 어울리는 듯한 브금을 한번 올려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fEfcqb5aHw

 


일상은 언제나 바쁜 일들의 연속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매일 해야 하는 일과 중간중간 생기는 일들을 하다 보면 하루는 매우 짧게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무리하고 있음을, 피로가 쌓여가는 것을 뒤늦게 깨닫기 마련이었다.

 

"으음..."

 

'언제 잠이 든 거지...'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뜬 이안은 비로소 자신이 깜빡 잠에 들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평소처럼 수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남은 연구를 마저 끝내기 전, 하루 내내 느낀 무거워진 눈꺼풀에 잠시 눈 좀 붙이자는 생각으로 누웠던 것이었다. 다만, 시간이 이렇게 오래 지날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근데... 내가 침대에 누워서 잤던가...?'

 

분명히 거실 쇼파에 있던 탁자에 논문 자료와 다음 수업을 위해 준비할 걸 놓았었던 기억이 났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생각하던 이안은 천천히 몸에 감각이 돌아오면서야 비로소 누군가가 자신을 껴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설마..'라는 생각에 얼굴을 돌려보려는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렸다.

 

"푹 잤나보지? 좋은 아침?"

 

이안을 안고 침대에 함께 누워있는 에스티니앙은 그에게 가볍게 웃어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안은 자신의 연인이자 반려인 그를 바라보았다. 

 

"걱정 마. 지금 아직 저녁이니까. 그렇다고 그렇게 놀랄 건 없잖아. 내가 말없이 오는 게 한두번도 아니고. 와보니 소파에서 불편하게 자고 있길래 옮겼지."

 

자연스레 이안의 머리카락을 슬슬 쓰담는 에스티니앙의 손길에 이안은 어린아이 취급하지 말라며 그의 손길을 살짝 쳐냈다. 그래도 이번에는 지기 싫은 듯 방금 전보다도 보다 천천히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머리카락을 간지럽혔다.

 

"애 취급은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

"아직 잠도 덜 깼으면서 무슨 소리래. 침실까지 들고 올라가는데도 내가 온 줄도 모르고 엄청 곤히 자던데... 요즘 많이 바빴나 보지?"

"늘 있는 일이니까... 최근에 일이 좀 더 늘기도 했고."

 

나른한 고양이처럼 그의 손길을 얌전히 받다가도 일 이야기에 이안은 생각이 많아진 듯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한 반려의 모습에 에스티니앙은 아까 전 자신이 집에 왔을 때를 생각해 보았다. 

 

엘레젠은 종족 특성상 청력에 특화되어 있는 종족이었다. 발걸음, 목소리, 바람소리 등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대충은 파악이 가능할 정도였다. 그렇게 예민한 감각이 있는 만큼 자주 들어본 발걸음 소리에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구분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물며 그의 반려인 이안은 전반적으로 예민한 사람이었기에, 작은 소리나 움직임에도 잘 알아차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이 집 앞까지 왔는데도 알지 못하고 잠에 빠져있었으니, 하물며 양 팔로 그를 안고 계단을 올라가도 미동도 없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무리해서 어떡하려고. 함께 하겠다고 하고서는 네가 먼저 쓰러지겠어.'

 

모험가 생활을 할 때보다 좀 더 마른 그의 모습과 들었을 때 느껴진 가벼움에 에스티니앙은 이안이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면서 끼니도 제때 챙기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집중도가 최고조에 올랐을 때, 이안은 종종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있는 경우를 몇 번 봤었기에, 이번에도 분명 그랬을 것이라고 에스티니앙은 어림 짐작하였다. 

 

그렇기에 자신이 있는 지금, 이안이 미처 챙기지 못한 그의 건강을 자신이 챙겨주고자 하였다. 이 또한 반려로서 해야 할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이안에게 말을 걸려던 순간, 어느 한 소리가 고요한 공간을 깨웠다.

 

꼬르륵-

 

"... 너 한동안 밥도 안 먹었지?"

"...... 조금 봐주면 안 될까. 진짜로 먹을 시간도 없었어서 그래."

"안돼"

 

단호한 에스티니앙의 목소리에 이안은 오늘 단단히 잘못 걸렸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의 생각이 표정에 나타난 것인지, 에스티니앙은 잠자코 오늘은 자신에게 기대라는 말을 꺼내었다. 늘 자신이 다른 사람을 챙겨줬지, 이렇게 받는 것이 익숙지 않은 이안이었기에 어색한 상태로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 그에 걱정하지 말라는 듯 이안의 등을 톡톡 두들겨 주던 에스티니앙은 침대에서 일어나 그를 이불로 돌돌 말기 시작했다.

 

"잠깐..! 지금 뭐 하는 거야?"

"잠자코 가만히 있어봐."

 

어느새 이안은 꼼짝없이 이불에 말린 상태가 되었다. 그 모습이 꽤나 웃기고 귀여워서 에스티니앙은 쿡쿡 소리를 내며 작게 웃고는 이안을 번쩍 안아 들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에게 들려진 상태가 된 이안은 자신이 그의 무기인 마창이 된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못마땅함에 애써 다리를 꼼지락 대곤 하였다.

 

"혹시 몰라서 아까 사 오길 잘했네."

 

거실 소파에 앉은 에스티니앙은 이안을 자신의 품에 안기듯 두었다. 여전히 갇힌 상태로 있던 이안이었기에 그저 이불 안에서 약간의 버둥거림 밖에 할 수 없었다. 쇼파 주변에 있던 자신의 논문과 수업 자료는 옆에 가지런히 놓아져 있었고 탁자에는 에스티니앙이 사 온 듯한 음식이 놓아져 있었다. 음식을 즐기는 취미가 둘 다 있었기에, 에스티니앙은 종종 여행을 하다가 맛있는 것이 있으면 사 와서 이안하고 나눠먹은 적이 있었다. 그런 반려의 행동에 이안도 잠시 멈춘 모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느낌을 받은 적도 여럿 있었다. 

자신을 안고 있는 자세여서 약간 불편할 수도 있음에도 에스티니앙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 온 음식과 커트러리에 팔을 뻗었다.

 

"... 이거 나시고랭인가."

"맞아. 역시 잘 맞추네."

 

음식 뚜껑이 열리며 나는 코를 간지럽히는 냄새에 이안은 단번에 어떤 음식인지를 알았다. 평소 요리를 즐겨하기에 한두 번 맛을 보거나 냄새를 맡으면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를 알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약간 식었지만 여전히 온기가 남아있는 밥을 적당히 숟가락으로 섞고는 이윽고 음식을 한 숟갈 퍼서 이안의 입가 앞에 들이밀었다.

 

"자, 먹어."

"아니 내가 애도 아니고 이거 풀어 줄래? 내가 알아서 먹을게."

"전에 네가 날 애 취급했으니 그에 대한 복수야. 빨리. 손 떨어진다."

 

약간 재촉하는 에스티니앙의 말에 이안은 졌다는 듯 눈을 감고 입을 벌려 그가 먹여주는 대로 받아먹었다. 입 안에 음식의 맛과 향이 퍼지면서 비로소 자신이 꽤 많이 배가 고팠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물오물하며 얌전히 먹고 있으니 정말 어린아이 같은 그의 모습에 에스티니앙은 이내 약간의 장난끼가 발동하였다.

 

"너 이거 다 먹을 때까지 못 일어나는 거로 알아."

"... 이거 고문 아니지?"

"말라가는 남편 안는 취미는 없으니까. 건강 챙기라고. 자, 한 입 더 드시죠, 이안 도련님?"

 

마치 어릴 때 집사에게 교육을 받던 때가 생각이 난 이안은 이럴 때만 자신을 도련님이라 부른다며 투덜거렸다.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그게 싫지가 않았어서 이안은 어느새 고분고분 그가 주는 대로 잘 받아먹고 있었다. 어느새 그릇이 비워지고 이안도 배부름을 느끼면서 다시금 빠져나가지 않은 피로와 함께 나른함이 몰려옴을 느꼈다. 자연스레 에스티니앙의 품에 폭 안긴 상태로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천천히 감았다 뜨곤 하였다.

 

"더 자도 돼. 그럴 수 있을 때 기대라고 내가 있는 거니까."

"...응..."

 

어느새 다시 곤히 잠든 이안의 모습에 에스티니앙은 천천히 그를 자신의 품으로 보다 더 밀착해서 끌어안았다. 이전에 자신이 잠 못 들었을 때, 이안이 자신을 안아주며 자장가를 불러줬던 것처럼. 이번에는 자신이 그를 챙겨줄 수 있었어서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서로가 부족한 것을 채워주면서 살아가는 것이 부부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머지않아 다시 곤히 잠에 빠진 이안을 조심스레 침실에 눕혀주고 에스티니앙은 거실 탁자 주변을 치우고서야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 천천히 그의 몸을 말고 있던 이불을 풀고 자고 있는 이안의 옆에 누워 그를 바라보았다. 이안이 누워있는 쪽과 가까운 창문에 어느새 달빛이 비치며 새하얀 그의 얼굴을 보다 하얗게 보여주고 있었다. 

 

'꿈에서도 함께 했으면 좋겠네. 잘 자, 나의 파트너.' 

 

에스티니앙은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며 기도하였다. 사랑의 신인 메느피나가 그들을 비춰주는 것처럼, 이러한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며 천천히 그의 옆에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하였다.